CINEMA

영화 '아가씨'

ODDI 2017. 1. 28. 02:15


몇 년 전부터 박찬욱 감독이 핑거스미스를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굉장히 관심 갖고 있던 작품. 누구와 누가 만나게 될까, 어떤 식으로 재해석이 될까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다. 일단 영화에서 내뿜는 분위기는 모든 관객을 압도했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박수를 치게되는 작품이라 한 번 봤을 때와 두 번째 봤을 때의 느낌이 굉장히 다르다.



하지만 백작 역할의 하정우는 다른 캐스팅이었어도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사기꾼 백작이라 하면 정말 귀족같은 분위기의 배우를 캐스팅했으면 더 좋았겠다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김민희를 캐스팅 한 건 정말 최고의 캐스팅. 김민희가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연애의 온도에서 느꼈다. 아, 연기가 굉장히 늘었구나. (화차에서 연기를 굉장히 잘 했다고 하는데 아직 화차를 못 봤다.) 연애의 온도에서 특출난 연기를 선보인 건 아닌데, 회식자리에서 김민희가 이민기의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 이를 꽉 깨물고 뺨을 때렸다. 근데 그 표정이 어마어마해서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모른다. 그런데 아가씨에서의 김민희는 히데코 그 자체여서 말을 잃었다. 김민희 말고 어느 누가 히데코 역할에 제격일 수가 있을까. 



아가씨는 디테일에서조차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히데코와 숙희가 드레스를 벗길 때 단추 푸는 방향까지 다르게 했다고 하니... 김태리의 대사 중에 비가 오시는데 라는 대사처럼 옛스러운 느낌을 대사 속에 잘 녹여낸 것도 대단할 뿐이고... 소품 하나하나 (백합 등) 어디 한 구석 신경 안 쓴데 없어 감탄만 나온다.



굉장히 놀랐던 장면이 이 장면인데 조진웅은 이 장면이 폭력적인 장면이라고 해서 손만 갖다 대고 문소리와 히데코의 아역배우가 얼굴을 흔들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



제일 좋아하는 장면.


내가 사랑이 아니라고 해도 (중략) 내가 꼭 그분하고 결혼했으면 좋겠어?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이 대사를 할 때 히데코의 눈에 눈물이 가득한 게 마음이 너무 아팠다. 



논란이 아니었다면... 참 좋았을 영화지만.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라는 단어가 현대에 와서 아저씨들이 앞장서 오염시킨 그 명사에 본래의 아름다움을 돌려주리라. 그 한 갖 생각에만 골똘했다.] 라고 인터뷰 한 게 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다. 실제로 아가씨 라는 명사가 불릴 땐 긍정적일 때보다 부정적일 때가 굉장히 많기 때문. 그래서 나는 아가씨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감독님의 의도는 성공한 것 같다. 

여자 관객과 남자 관객의 엔딩을 본 후의 반응이 다른 것도 꽤나 인상적이다. 할 말은 많지만 따로 적지는 않도록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