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
좀비물은 잘 보지 않는다. 괴기한 분장도 싫고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큰 사운드가 나오면 팝콘을 집어던져버려서 보기 싫었는데 첫 좀비물이다 보니까 보게 되었다. 좀비 하면 외국 좀비 이미지만 머릿속에 박혀 있었는데 한국형 좀비를 보니 꽤나 신선했다. 좀비의 움직임을 위해 트레이닝을 했을 정도였다고 하니... 모든 좀비가 기차에 달라 붙어서 길게 늘어진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문제의 스틸컷. 인간이 아닌 좀비가 불쌍해지는 신기한 스틸컷. 마동석이 이 영화에 나온 건 신의 한 수가 아닌가 싶다. 정유미의 남편 역으로 나와서 마지막에 희생할 때는 마음이 아팠다. 억지감동은 좋아하지 않는데 마동석 희생 장면에서는 그런 것은 없었다. 게다가 '아빠'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굉장히 슬프기 때문에..
(마지막 공유가 기차 아래로 몸을 던지는 장면에서는 대놓고 영상화보집을 찍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얼토당토 않는 장면이어서 어이가 없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연출은 한국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나오는 걸 좋아한다. 문화라고 표현하기에는 씁쓸한 부분들.. 다른 작품을 예로 들자면 '괴물'에서 주인공에게 바이러스는 없다는 사실을 숨기고 거짓 정보를 뉴스화하며 은폐하려고 하는 것. 또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합동분향소와 같은 것들이다... 매우 씁쓸하지만 현실을 잘 반영하여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 부산행에서는 정부가 좀비 감염에 대한 얘기는 뉴스에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이 포함되며, 감염이 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하는 것도 포함이 된다.
갈등요소의 매개채가 굉장히 대단했다. 정말 현실로 욕을하게 만드는 용석 역의 김의성씨. 보는 내내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해서 얼른 영화가 끝나버렸으면 할 정도였다.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좀비취급하며 격리시키려는 사람들을 보며 참 나쁘다 싶기도 했지만, 실제로 그 상황에 처해져 있으면 누구라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굉장히 씁쓸한 생각을 하게되는 영화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신은 마동석의 마지막 장면과 영국 역의 최우식이 소희에게 친구들 못 구하고 자기만 왔다고 하며 우는 장면..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한국 좀비물의 첫 번째 작품이라 굉장히 기대했는데 연출, 분장, 액팅 등에서 굉장히 괜찮았던 영화였다. 영상화보집만 뺀다면...